올해 가장 많이 쓰인 영어 단어는 무엇일까요?
세계적으로 유명한 옥스퍼드, 케임브리지, 메리엄-웹스터, 그 외 다수의 사전을 제공하는 곳에서는 매년 '올해의 단어'를 발표하는데요.
올해의 단어는 영어로 Word of the Year라고 합니다.
이달의 사원을 영어로 'Employee of the Month'라고 하잖아요?
한국어에서는 기간을 앞에 쓰고 영어는 기간을 뒤에 쓰는 구조를 기억하시면 될 것 같아요.
Goblin Mode 고블린 모드- 옥스퍼드, 2022년
옥스퍼드 사전에서 뽑은 올해의 단어는 Goblin Mode라고 합니다. '도깨비 모드'라니 무슨 뜻일까요? 고블린 모드에 대해 찾아보면 영어로 복잡하게 설명을 해 놨습니다. '사회나 주변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에 상관하지 않고, 변명할 수 없이 게으르고 본능적인 행동 유형'이라고 되어 있는데 한마디로 하면 그냥 '폐인 모드'라는 말로 설명이 됩니다.
집은 난장판으로 어질러져 있는 한가운데서 과자를 먹으며 TV를 보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보면 됩니다. '폐인 모드'라는 말은 우리에게는 이미 익숙한 말이지만 사실 그냥 폐인이 된다는 표현에서는 절망 같은 느낌이 따라옵니다. 슬프거나 충격적인 일을 당해서 폐인이 되어 버렸다는 표현을 많이 하기 때문이죠.
폐인을 영어사전에서 찾으면 Disabled, Crippled라고 나옵니다. 첫 번째는 장애가 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절름발이를 뜻합니다. 사람이 평소대로의 기능을 못 하는 측면을 그렇게 나타내는 것이죠.
Goblin Mode를 설명하는 예시를 보면,
직장에서 일을 안 하고 빈둥거리기,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 없이 계속 TV 보기, 술 마시기, 주변을 정리하지 않기, 책임감 없이 행동하기 등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와 더불어 자택 근무를 많이 하게 되면서, 하루 종일 잠옷을 입고 집에서 흐트러진 모습으로 지내는 것을 고블린 모드의 예시로 들기도 했는데요.
힘든 일이 있어서가 아닌 게으름에 의한 폐인 생활을 '고블린 모드'라고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매일매일 일에 치여 살거나 제대로 휴식을 하지 못했을 때 때로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편히 지내고 싶을 때도 있게 마련이지만, 이런 생활이 오래 지속되다 보면 현실감을 잊게 되고, 자신의 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거나 심지어는 독이 되는 일에 시간을 낭비하게 되며, 건강에 안 좋은 버릇이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정신적으로 그리고 육체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이 온다고 합니다.
Permacrisis 퍼마크라이시스- 콜린스, 2022
콜린스 사전에서 뽑은 올해의 단어는 퍼마크라이시스
Permanent '영구적인'이라는 뜻을 가진 퍼머넌트, 머리에 '파마'를 한다고 할 때도 여기서 나온 인데요. 머리를 감아도 컬이 남아 있기 때문에 'perm'이라고 말합니다.
Crisis 위기 상황
이 두 단어가 합쳐져서 퍼마크라이시스가 되었습니다. 짐작하시는 대로 '위기 상황이 오랫동안 지속되는 것'을 말하는데요. 사실 코로나가 수년째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전쟁과 물가까지 오르는 복합적인 위기 상황이 닥쳤기 때문에 이 말이 많이 쓰인 것 같습니다.
Gaslighting 가스라이팅 - 메리엄-웹스터, 2022
가스라이팅, 1938년에 'Gas light'라는 연극이 영국에서 공연되었고, 이 연극을 바탕으로 미국에서 1944년에 영화화되었습니다.
영화의 내용은 유명한 오페라 가수인 앨리스가 살해되고, 그녀의 조카인 폴라는 이모처럼 오페라 가수가 되기 위해 이탈리아로 가게 됩니다. 성인이 된 폴라는 반주자인 그레고리와 짧은 연애 후 결혼하고 앨리스가 살았던 런던의 집에 둥지를 틀게 됩니다.
폴라는 앨리스 이모가 살해된 집에 오자 마음이 괴로워지고, 그레고리는 이모가 쓰던 가구들을 다락방으로 치우자고 합니다. 그러다가 폴라는 어느 날 그레고리가 가보라며 선물했던 브로치를 잃어버리게 되는데, 그레고리는 건망증이 있냐며 폴라를 나무랍니다.
어느 날인가부터 남편이 나가고 혼자 있을 때면 집에 있는 가스등이 불안정하게 희미해지고 다락방에서 소리가 나는 것 같아서 불안해진 폴라가 남편에게 말하자, 그레고리는 가스등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며 폴라가 정신이 온전치 못하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오페라 가수였던 앨리스를 존경하던 브라이언 경위가 앨리스를 닮은 폴라를 보게 되고 앨리스의 사망 사건이 콜드 케이스라는 것을 알고 사건을 재수사하려고 합니다.
앨리스가 사망했을 때, 황궁에서 내렸던 보석이 사라졌는데, 그것도 발견되지 않은 채였다는 사실도 알게 됩니다.
브라이언 경위는 그레고리가 나가자 미행을 붙이고, 폴라와 함께 정말 가스등이 약해지며 다락방에서 소리가 난다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미행을 통해 그레고리가 집에서 나간 후 이웃의 빈집을 통해 다락방에 들어갔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브라이언 경위가 그레고리의 책상을 억지로 열어 뒤지자 세르게이라는 사람이 앨리스에게 보낸 편지가 있었는데, 이것은 전에 폴라가 발견했던 편지로, 그 당시 그레고리는 화를 냈으나 나중에는 그 편지는 폴라의 환상이라고 몰아붙였기 때문에 브라이언과 폴라는 그레고리가 사실은 세르게이였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가 보석 때문에 앨리스를 죽인 것이었죠.
한편 세르게이는 다락방에서 가구를 뒤지며 사라진 보석을 찾아 헤맸지만, 어이없게 눈앞에 높여있던 앨리스의 공연 의상에 달린 것을 보게 됩니다. 그는 다시 집으로 들어와 책상이 열린 것을 보고 폴라에게 화를 내자, 폴라는 어떤 남자가 집에 왔었다고 털어놓습니다.
그러자 집 안의 고용인이 폴라를 보호하기 위해서 그녀가 본 것은 환상이며 아무도 오지 않았다고 말하자, 폴라는 자신이 또 헛것을 본 건가 하고 절망합니다. 그때 브라이언 경위가 나타나 세르게이를 다락방의 의자에 묶어놓고, 폴라는 세르게이와 대치하며 자신의 정신이 온전함을 깨닫게 됩니다.
그 와중에도 폴라를 농락하며 자신을 풀어 달라고 요구하는 세르게이에게, 폴라는 그가 사라진 보석을 찾는 것에 대해 비웃고, 경찰이 도착해 세르게이를 데리고 나가고 나자, 브라이언이 폴라에게 다시 보고 싶다고 말합니다.
남편이 없을 때 가스등이 약해졌던 것은 그가 다락방에 올라가서 등을 켰기 때문에 아래층의 가스등으로 흘러가는 가스가 적어져서 등이 희미해진 것이었는데, 그것을 그녀가 환상을 본다는 식으로 몰아가며 아내를 통제했기에 Ggaslight에 -ing를 붙여서 Gaslighting이 되었습니다.
많이 알고 계시겠지만 다시 정리하면, 가스라이팅 뜻은 '조작을 통해 대상이 자기 자신을 의심하게 만들어 통제하는 것'입니다.
사실 저도 어렸을 때 엄마가 말해줘서 알게 되었는데요. 가끔 엄마가 억울한 일을 이야기 하실 때 '영화 가스등에서처럼 사람을 몰아간다'라는 표현을 하곤 하셨었거든요. '가스라이팅'이 2022년의 단어로 뽑힌 걸 엄마는 알고 계실지 모르겠네요.
Homer 호머- 캠브리지, 2022 Wordle 워들 & 구글, 2022
Homer는 Home Run을 뜻하는 단어인데요. 이 단어는 구글에서 뽑은 올해의 단어 Wordle과 관련이 있습니다. Wordle은 뉴욕타임스에서 만든 단어 게임인데요.
5개의 알파벳으로 이루어진 단어를 알아내는 게임으로 우리나라에 '스무고개' 놀이와 비슷한데, 스무고개를 할 때는 스무 번의 기회가 있지만, 이 게임은 여섯 번 안에 답을 알아맞혀야 됩니다.
처음에는 다섯 글자로 된 아무 단어나 입력해 봅니다. 그러면 각각의 글자에 색이 나타나는데요.
예를 들어 apple이라고 글씨를 쳤을 때 A가 녹색이면 그 자리에 들어갈 글자라는 뜻이고, 노란색이면 정답에 a가 있긴 하지만 그 자리에 들어가는 건 아니라는 뜻이고, 회색으로 나온다면 정답에 그 글자가 없다는 뜻입니다.
Wordle
한번 해 보시면 금방 아시게 될 거예요.
그런데 이 Wordle에서 나온 답 중에서 Hommer라는 단어가 있었던 거죠.
hommer는 home run을 뜻하지만, 미국에서 격식 없이 쓰이는 단어이기 때문에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들에게 생소하게 느껴져서 케임브리지 사전에서 많이 검색이 되었나 봅니다.
올해의 단어 영어로 Word of the Year
각 사전에 따라 Goblin mode, Permacrisis, Gaslighting, Hommer, 그리고 추가로 Wordle까지 알아보았습니다.
저는 새로운 단어들을 알아봄으로써 올해의 흐름을 조금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여러분도 그러신가요?